뇌병변장애를 가진 손자 다훈이와
기억을 잃어가는 85세 할머니는
오늘도 함께 손을 꼭 붙잡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 아동 인권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보육원에 맡겨진 3살 손자를 데려와
채소 팔고 셋방살이하며 키워낸 할머니와 할아버지.
똘똘하고 건강하게 자라던 다훈이는
5학년 때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이후 뇌병변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소뇌의 손상으로 지능이 12살에 멈추고
똑바로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다양한 표정 짓는 것도 힘들어진 다훈이.
하지만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 속에
밝고 씩씩하게 자랐습니다.
그러던 올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할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왔습니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둔 것도
제때 식사하는 것도
이웃의 이름도 자꾸 잊어버리지만
할머니가 절대 잊지 않는 한 가지는
지난 12년간 해온, 손자를 마중 나가는 일입니다.
느린 걸음으로 귀가한 다훈이는
학교에서 받은 떡이나 부침개를 먹지 않고 챙겨 와
할머니 손에 쥐어 드립니다.
의젓하게 자란 다훈이는 특수학교에서
전교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컴퓨터 관련 시험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벌써 자격증이 5개나 됩니다.
아이는 쇠약해진 할머니를 위해
매일 아침밥을 차리고 주말엔 대청소를 합니다.
자기 몸도 불편해서
할머니 돌보는 게 고달플 법도 한데
'이건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
말하는 의젓한 다훈이.
일어나서 씻고 아침밥 먹기
할머니 밥 차려드리기,
믹스커피 타 드리기, 약봉지 놔두기
설거지하기
학교, 컴퓨터 학원 가기
귀가해서 손빨래하기
저녁밥 차려서 먹고 집안 청소하기,
컴퓨터 자격증 시험공부하기
두 사람의 보금자리는
흙과 지네가 떨어지는 100년 된 집입니다.
할아버지가 계셨던 작년 겨울까지는
늘 아궁이 불을 때어주셔서 따뜻하게 보냈지만
올해부터는 직접 장작을 구해 방을 데워야 하는데,
몸이 불편한 다훈이와 할머니에게는 힘든 일입니다.
할머니는 나날이 쇠하는 건강과 낡고 추운 집,
그리고 언젠가 혼자 남을 손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두 사람이 시린 겨울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느리게 걷고 서툴게 말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다훈이가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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