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국제개발협력1본부 이슬비
영화<가버나움>포스터,스틸컷
레바논 빈민가의 출생기록조차 없는 12살 소년 '자인'이 부모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살아남기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린 영화 <가버나움>. 가버나움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 '자인'의 신분증 사진 촬영신으로 마무리됩니다. 촬영 중 보이는 자인의 흐릿한 미소는 자신의 존재를 이 세상에서 공식적으로 확인 받는 순간,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과 다름 없음을 확신하는 데서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영화<가버나움> 마지막장면
출생등록을 한다는 것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육과 의료 등 각종 공공 서비스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불법행위 및 범죄(인신매매, 불법이주, 조혼 등)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 제 7조에 아동의 출생 등록에 대한 권리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2017년 캄보디아 아동권리분석보고서(ChildFund Cambodia, 2017)에 따르면 크라체 주(Kratie Province) 내 출생등록을 완료하거나 해당증명서를 보유하고 있는 5세 미만 영유아의 비율은 18%, 그 중에서도 삼보 지역(Sambour District)은 더 낮은 수치인 14.8%에 불과했습니다.
주요한 이유는 지역정부, 지역 위원회, 학교 및 보건센터 등의 의무 이행자가 소외되고 낙후한 지역에까지 출생등록관련 법, 가이드라인 및 행정절차를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고, 부모를 포함한 주 양육자가 출생등록의 필요성과 혜택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재단에서는 삼보지역 아동의 부모 및 양육자, 지역 위원회, 그리고 관계 부처 공무원과 협력하여 생후 30일 내 신생아 또는 미등록 아동이 출생등록을 완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에 착수하였습니다.
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참여자 중 출생등록관련 의무이행자들은 사업 시작 이전 지역주민들의 출생등록을 위해 어떤 지원과 절차가 필요한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전 이해 정도와 욕구 조사를 기반으로 맞춤형 훈련을 실시한 후에는 관련 구비서류, 방문 장소 및 절차 등을 숙지하여 주민들을 독려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 아이의 어머니이자 지역위원회로 활동하고 있는 짠니(Channy)씨는 관련 훈련에 참석한 후,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 등록하거나 직장을 구하는데 있어 출생증명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인이자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증명서. 이 중요성을 알게 된 후 지역사회 인식증진 활동에 참여하며 지금까지 또 다른 아동 15명의 출생 등록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 역량강화 훈련 전 출생등록에 대한 사전 이해도를 점검하고 있는 지역위원회 및 청소년 그룹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조직된 청소년 그룹은 출생등록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된 역할극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마을마다 선보여야 하는 부담감에 처음에는 쭈뼛하던 동작들도 이제는 점점 더 익어가고, 출생등록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도 조금 더 자신 있게 표현해갑니다. 이전에는 출생등록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던 청소년들이 이제는 주변 이웃들에게 자연스레 나누어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 출생등록의 중요성에 대한 연극(상황극) 리허설 중인 마을 청소년 그룹
2018년 7월 시작된 사업은 2020년 12월을 끝으로 2년 6개월 간 삼보 지역 내 출생등록 아동의 비율이 60% 이상으로 향상되기를 목표 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는 대부분의 활동이 캄보디아 내무부 산하 책임부서와의 협의 하에 이양될 예정이지만, 현지사업팀은 지역 내 훈련 받은 조직(지역개발위원회, 지역여성아동위원회 및 청소년 그룹)을 중심으로 물·인적 자원을 모아 사업 이후에도 관련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역량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지역 내 아동들이 첫 번째 생일축하파티를 놓치지 않도록, 오늘도 지역 사회에서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 출생등록의 중요성에 대해 마을 내 설치된 홍보판